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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19 [DT] 공간 (7)
Daily Thoughts2009/04/19 00:19


아주 오래전에 알랭 드 보통이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할 즈음 저도 그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렇지만 제 문학적 소양 또는 읽기 능력이 달려서 중간에 던져버리곤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간에는 궁합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하는 바, 원체 맞지 않는다면 억지로 힘겹게 맞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책도 이런 생각으로 정 맞지 않으면 아쉽지만 읽기를 포기합니다.

최근에 마지막으로 읽었던 보통(이렇게 불러도 되나요?)의 책은 '행복한 건축'이란 책이었습니다. 표지에 적혀 있던 짧은 글이 정말 마음에 쏙 들어서 읽기 시작했지요. 표지도 꽤 예뻤습니다. 적혀 있던 글귀를 옮겨 보자면, 이렇습니다.

어떤 공간과 어떤 희망이 일치했을 때 우리는 그곳을 '집'이라고 부른다.

이 말을 처음 보고, 머릿속에서 되새기며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갑자기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과거의 기억을 통해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희망은 일종의 '마들렌'입니다. 만약 어떤 공간이 제게 그 희망을 보여준다면 알랭 드 보통의 말대로, 그 곳이 바로 '집'이겠죠. 아무튼 맛깔나게 느낌있는 이 글귀 하나로 읽기 시작한 보통의 책은 역시나 얼마 못 가서 다시 덮어버렸습니다. 그야말로 인연이 닿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인연이 닿지도 않은 알랭 드 보통의 책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 공간을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Maision 179]라는 예쁜, 그러나 지극히 현실적인 이름을 갖고 있는 이 카페는 사뭇 독특한 위치에 있습니다. 약 한 달전 쯤 어떤 잡지에서 짤막한 소개를 보고서는 언젠가 가보겠노라고 맘 먹고 있다가, 여자친구 생일에 찾아갔습니다. 아, 이런 곳에 카페라니, 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독특한 위치에 있는 이 카페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나름 많은 곳을 다녀봤다고 스스로 자부하지만 이제껏 가본 '공간' 중에 가장 인상깊고, 느낌이 좋은 곳입니다. 운 좋게도 처음 찾아간 날, 카페 사장님과 정감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카모메식당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하십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어떤 느낌일지 잘 아실 수 있을거에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앞으로도 자주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주변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입니다. 머무를 만한 공간은 쉽게 찾아지지도 않거니와, 금새 어떤 이유에선가 초반의 색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만, 사람들이 많이 안 왔으면 좋겠습니다.(이 말을 사장님이 들으면 싫어하시겠군요.) 한성대역에서 한신(한진)아파트로 향하는 힘겨워 보이는 언덕길을 정말 힘겹게 올라가다가 왜 이렇게 안보이고 내 다리가 아픈가 싶을 무렵 쌩뚱맞은 위치에 있는 카페가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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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yoonj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