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09/09/28 [Camino]Day1 생장피드포르(미완) (3)
  2. 2009/09/15 [Camino]Prologue (2)
  3. 2009/09/11 [DT] 짜잔! (1)
  4. 2009/09/03 [DT] 돌아왔습니다. (8)
  5. 2009/07/22 [DT] 산티아고 (4)
My Camino2009/09/28 00:14

7월 23일 아침 아홉시 비행기. 아침에 서둘러 준비하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사실 출발 전날 밤까지 제대로 짐도 꾸리지 않아서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하며 짐을 챙겼다. 흥분되지만 멍한 상태로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는데 미디어법이 날치기 통과되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어째 내가 떠나는 날 아침에 이런 뉴스가 나오나.'하며 씁쓸한 입맛을 쩝쩝 다시고는 버스에서 내렸다. 진짜 한국 엉망이다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 속에 맴돌았다. 생장피드포르(St Jean Pied de port)까지 먼 길을 가야 하기에 들뜬 마음이었다. 그래서 다른 건 크게 생각나지 않았다. 무사히 오늘의 목적지까지 가자라는 생각뿐.

한국에서 일본 오사카로, 오사카에서 다시 파리로 가는 비행길은 참 길고도 길었다. 이제껏 오랜 시간 비행을 해본 거라고는 겨우 태국 정도였으니 비행기에서 보내는 열다섯 시간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종의 각성상태에 빠져 힘든 것도 몰랐다. 시험을 보기 전 일종의 흥분상태랄까. 까미노를 앞두고 출발지까지 잘 가야 했기 때문에 우선 그 시험을 잘 통과해야 했다.


샤를드골 공항. RER B선 타는 곳



샤를드골 공항이 복잡하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내겐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일본에서 비행기를 갈아탈 때 만났던 한국 여자분의 길 찾기를 도와드린 뒤 RER B선을 잘 찾아가서 파리 시내까지는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었다. 문제는 파리 메트로에서 오스테를리츠 역까지 가는 거였다. 중간에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는데 음... 복잡했다. 다행히 물어 물어 잘 찾아갔다. 땀이 삐질삐질 났다. 나중에 파리에 다시 올 때 깨달은 거지만, 참 이 때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영어가 통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 파리는 참 영어가 통하지 않는 동네다. 


파리 메트로. 다들 뭔가 지쳐보였다. 퇴근 시간이라 그랬나. 아니면 내가 지쳐있었나.



오스테를리츠 공항에서는 한국에서 예약해 놓은 표를 발권해야 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표를 예매할 때 사용했던 누나 신용카드를 가져왔다. 이 자리를 빌어 누나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거의 20만원에 달하는 기차표를 사주었다. 원래 우리 남매 간에는 이런 큰 선물이 오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누나가 "야 그거 됐다."라고 말했을 때 무척 깜짝 놀랐다. 덕분에 한국을 떠날때까지 남매간에 훈훈한 관계가 지속되었다는...

아무튼 오스테를리츠 역에 도착해서 표를 발권하러 갔는데 기계에서 발권하려니 핀(PIN)넘버를 뭍는거다. 아니, 그건 물어보지 않았는데. 이걸 어쩐다. 결국 역무원에게 가서 "누나 꺼 빌려왔어. 내가 학생이라 신용카드가 없거든. 핀넘버는 모르겠어. 지금 한국이 새벽이라 잠을 깨울 수도 없고 제발 좀 뽑아줘, 제발." 비행기에서 잠도 못자고 다크서클이 얼굴의 반을 뒤덮은 표정으로 간곡히 부탁을 했다. 핀넘버를 입력하지 않으면 자기도 별 수 없다더니 이렇게 저렇게 해서 결국 뽑아줬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윙크!'는 하지 않았다. 미소를 날리고는 역을 돌아다녔다. 


어디 앉을 곳이 없길래 바닥에 철푸덕 앉았다. 다른 배낭여행객들 주위에 같이 앉아서 몰스킨에 이제까지의 소회를 적었다.



기차타러 가는 길. 밤이 깊었다. 11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내 마음이 흔들렸나. 사진도 흔들렸다.



밤 열시 오십분 기차라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파리의 물가는 상상 이상이었다. 가뜩이나 예산을 적게 들고온터라 아껴야만 했다. 빵 몇개와 물을 마시고는 한없이 기다렸다. 이때의 기분은 설렘 그 이상이었다. 쿵쾅쿵쾅. 드디어 생장에 조금만 있으면 도착하는구나. 신났다. 드디어 내가 탈 기차가 준비되고, 6인용 야간 열차 칸을 찾아 발걸음을 재촉했다. 잠은 잘 오지 않았다. 추웠다. 창으로 바람이 솔솔 들어오고, 시차 적응도 안되고, 각성상태가 지속되었다. 프랑스 가족 세 명과 내 또래 애들 두 명이 타서 그 좁은 방이 꽉 차 버렸다. 프랑스 가족은 나이가 지긋이 드신 할아버지와 내 어머니 또래 아줌마 아저씨였는데 아줌마가 어찌나 할아버지에게 살갑게 대하는지 아주머니가 나이가 드신 것을 까먹을 지경이었다. 아주머니가 어리광을 피우는 것 같았다. 


기차 복도. 아침에 일어나서 찍었던 사진이다. 새벽 어스름이 창 밖으로 보인다.



아침이 밝고, 내가 기차를 갈아 탈 바욘(Bayonne)역을 놓치지 않기 위해 미리 일어나서 세수도 하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복도에 나와서 아침 공기를 들이켰다. 목적지에 점점 가까워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록 얼른 생장피드포르에 가서 좀 쉬고 싶었다. 바욘역에서는 한국 분을 만났다. 초등학교에서 장애아동 특수반 선생님으로 계신 은정누나. 바욘역에서 만나 생장피드포르까지 같이 갔다. 하지만 역시나 혼자 온 사람들이었기때문에 기차에서는 따로 앉아서 갔다. 

바욘 역.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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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yoonjae
분류없음2009/09/15 23:28
까미노에서 돌아온지 정확히 2주가 되었다. 아직도 까미노의 기억이 은은하게 남아 계속 나를 감싸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 좋은 느낌이 가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몽환적인, 환상적인 과거의 기억에 빠져 있는 게 아니라 그 길에서 얻은 에너지가 나를 북돋아 주는 느낌이다.

길에서 가장 오랫동안 함께했던 이태리 친구 안드레아. 그림자는 나.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여름방학이 다가오기 전, 지원했던 서머인턴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까미노를 가겠다고 막연하게 마음먹고 있었다. 하필 왜 까미노였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저런 책을 읽기도 했고, 신문지상에서 기사를 읽기도 했다. 만나게 될 인연은 언제가는 만난다는 말처럼 까미노와 나도 언젠간 만날 사이였을까. 그 무렵 주면 친구들에게도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이번 여름에 인턴이 안되면 여행갈거야. 스페인에 순례자길이라고 있는데 거기 갈 생각이야."

까미노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필 왜 이렇게 말했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 마음 속에는 스스로가 여전히 나약하고 두려움이 많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대학 시절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고, 더 많은 고난을 겪어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군대 입대 전 한 달간 혼자 떠났던 동남아 여행 외에 유럽 대륙으로의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아직 한없이 여리고 나약하다고 여겨지는 내 자아에 조금 더 큰 충격을 주고 싶었다. 좀 더 단단한 나를 만들고 싶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결과적으로 서머인턴은 다 잘 되지 않았고, 설마하던 내 생각은 현실이 되었다. 고향에 내려가서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다. 약간은 시큰둥하고 걱정하시는 아버지와는 달리 어머니께서는 내 생각에 든든한 우군이 되어주셨다. 놀라운 이야기도 들었다. 약 2년간 영어공부를 하신 이유가 혼자 여행을 하고 싶어서였는데 그 목적지가 까미노였단 이야기. 결국 어머니의 특명을 받고 허락을 얻었다. 특명은 까미노에 먼저 가서 나중에 어머니께서 가실 때 도움을 드리는 것이었다. 허락해 주신 부모님께 큰 감사를 드리고 서울로 올라와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바삐 준비를 했다.

떠날 날은 금방 다가왔다. 7월 23일 새벽, 동경했던 길은 어느새 현실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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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yoonjae
My Camino2009/09/11 14:47

필름스캔한 사진을 다 받았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디를 열어보았는데, 꽤 실망을 했습니다. 열일곱통 중에 한 반절쯤 건진 것 같아요. 로모 노출계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은 것인지 너무 어두운 사진이 많습니다. 어쨌거나, 포스팅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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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yoonjae
Daily Thoughts2009/09/03 12:21

34일동안 카미노를 걷고, 나머지 5일은 마드리드와 파리에서 시간을 보내고서 이틀 전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34일의 카미노는 환상적인 시간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떠올리기 싫을만큼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것도 아닌데 금새 다 잊혀지고 좋은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이 환상적인 시간은 34일동안, 34편의 포스팅으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디지털카메라와 필름카메라(로모)를 가지고 갔습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약 삼백장쯤 되고, 로모로 찍은 필름이 무려 열일곱통이니 약 칠백장 가까운 사진이 남아있습니다. 필름을 스캔해서 받은 다음부터 포스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다음주 중반정도부터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사진이 기다려지고, 포스팅하는 시간이 기다려지는 걸 보니, 어지간히 여행을 반추하고 싶은가 봅니다.
가지고 갔던 몰스킨 다이어리에 34일동안의 겪은 일들과 느낌을 나름 상세히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 감정들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저 이균재가 걸었던 까미노, 그 경험과 느낌을 따라 함께 걷고 싶으시다면 다음 주 즈음 시작 될 포스팅을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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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yoonjae
My Camino2009/07/22 22:33



그동안 블로깅이 조금 뜸했지요. 그런데 이제 더 뜸해질 것 같습니다. 내일 산티아고 길(camino de Santiago)로 떠납니다. 어느 순간부턴가 막연히 걷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현실로 이루어지게 되었어요. 소중한 시간이 될 겁니다. 건강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건강히 더운 여름을 잘 이겨내세요. 내일(23)일 떠나서, 9월 1일에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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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yoonj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