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에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났습니다. 다른 순례자들이눈을 일찍 뜨기 때문에 늦잠을 자기 힘듭니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지죠. 물론, 전날에 30km 이상을 걸었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요^^; 까미노 첫 날을 앞두고 잠을 거의 못 잔채로 몸을 일으켰습니다. 여섯 시 조금 넘어서 출발한 것 같아요. 아침 길은 아직 한산했습니다.
마을을 벗어나면 본격적으로 등산이 시작됩니다. 피레네 산맥이라고 해서 너무 겁 먹을 건 없는 듯해요. 조금 가파르고 하루종일 산행을 해야 하긴 하지만 그리 험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새벽의 안개도 곧 걷혔죠.
저 멀리 보이는 마을이 '생 장 피드포르'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겨우 초입이라는 거.
이런 언덕길이 계속 지속됩니다. 배낭 무게에 어깨가 무척 아팠죠. 일주일이 지나니 가방이 무거운 줄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나, 처음 일주일간은 가방때문에 어깨가 아파서 고생 합니다. 배낭을 땅바닥에 내려놔도 어깨에 가방이 있는 듯한 느낌이...ㅋ 초반에는 배낭끈을 다시 고쳐매느라 여러번 멈춰섰습니다.
참. 제가 올리는 사진은 세 종류의 카메라로 찍은 것입니다. 지금 보이는 언덕 사진은 이태리 친구 안드레아가 DSLR로 찍은 것입니다. 나중에 DVD에 구워서 보내줬어요. 나머지 둘은 제 똑딱이 디카와 로모로 찍은 겁니다. 화질이 제일 안 좋지만 색감이 예쁜 게 로모, 그보다 선명한 게 똑딱이, 가장 선명한 게 안드레아가 찍은 거라 보시면 되겠네요.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 펼쳐집니다. 중간중간 멈춰서서 계속 셔터를 눌렀는데 이게 그다지 의미 없는 일이라는 걸 나중에 뼈저리게 느끼게 되죠. 매일 매일 아름다운 장소를 만나거든요. 눈이 시리도록 보게 됩니다.
중간에 오르다 보면 이 '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 정확히 누구의 상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마리아 상인가요?) 한참 오르다 보면 많은 여행자들이 쉬고 있는 곳이라서 저도 앉아서 잠깐 쉬었습니다. 다만 근처에 염소와 말들이 싸 놓은 '똥'들이 너무 많아서 폴짝 폴짝 뛰어서 피하느라 힘겨웠죠. 무거운 배낭을 매고 뛰기란...
바로 옆에서 동물들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노란 화살표를 따라서 계속 걷고 걷습니다. 첫 날이라 마음을 단단히 먹어서 그런지 힘들다는 느낌이 많이 들지는 않았어요.
올라가는 길보다는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한참을 내려가면 론세스바예스가 나옵니다.
거의 다 도착했다는 걸 알 때엔 정말 기뻤습니다. ㅜㅜ 도착해서 스템프를 받고, 공립 알베르게로 이동했습니다. 알베르게 입장 하기 전에 자원봉사자(호스피탈레로)들이 이용 룰을 설명해주더군요. 이때 나중에 함께 걷게 될 루스(Ruth)를 비롯한 여러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먼저 친절하게 말을 걸어와서 잠깐 얘기를 나눴지요.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샤워하는 일, 그 다음이 빨래입니다. 빨래를 열심히 해서 이렇게 밖에다 걸어놓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빨래가 날아갈 수 있으니 빨래집게가 있어야 합니다.
왼쪽이 이태리 친구 안드레아, 오른쪽이 아일랜드 친구 브라이언입니다. 첫 날 같이 출발한 친구들은 이동 패턴이 비슷해서 계속 만나게 됩니다. 까미노를 걷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걸 보면 같은 날에 출발하는 것도 큰 인연이죠. 브라이언은 중간에 헤어졌다가 여행의 마지막에 만나게 됩니다. 걷는 도중에 다른 친구들과 함께 브라이언 찾기 놀이도 했다는...
저녁은 순례자메뉴(Pilgrims Menu)로 먹고 아주 짧게 다이어리를 썼습니다. 그리고 배낭 속에 있는 쓸모 없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을 버렸죠. 지하에 순례자들이 놓고갈 물건을 놓는 곳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누구나 필요한 걸 가지고 갈 수 있게 해놓은 일종의 자율 물물교환 시스템이었습니다. 저도 여러가지를 버렸는데, 나중에 크게 후회되었던 것이 반짇고리였습니다...
지하에 있다가 한국 동생 '연지'도 만나게 됩니다. 연지는 나중에 한국에서도 만날만큼 지금까지 연락하는 인연이 되었는데요, 삼일간 더 같이 걸으며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삶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 친구라 함께 걷고 대화하기에 참 좋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아홉시 정도에 잠을 청했던 것 같습니다. 역시 잠은 잘 오지가 않았지요. 몸은 피곤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피곤에 절어 코를 골았거든요. (저도 골았을지도...ㅎ)
Day 3 끝.
'My Camino' 카테고리의 다른 글
| [Camino] Day 3 피레네 산맥을 넘어, (St Jean Pied Port - Roncesvalles, 27.1km) (2) | 2010/10/20 |
|---|---|
| [Camino] 시작 즈음 (0) | 2010/09/20 |
| [MC] Camino Day 2 (0) | 2009/12/18 |
| [MC] Camino (1) | 2009/12/07 |
| [Camino]Day1 생장피드포르(미완) (3) | 2009/09/28 |
| [DT] 짜잔! (1) | 2009/09/1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