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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3 [DT] 비오는 밤의 단상
Daily Thoughts2010/08/13 00:28
 
 오랜만에 서울에 왔습니다. 근 2주 만이니 대학 입학 이후로 7년간을 서울에서 지내온 제게는 긴 공백입니다. 군대조차 용산에서, 서울 한복판에서 보냈으니 서울이라는 도시는 너무도 친숙합니다. 바쁘게 업무를 마치고, 실은 할 일이 많지만 질끈 눈을 감으며 접어두고 서울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 출발 시간 1분여를 남기고 잰 걸음으로 서점에 뛰어가서 신경숙의 신간 소설을 집어들었지요. 어.나.벨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소설을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읽고 와서인지 유난히 센치해지는 밤입니다. 비가 오기도 하고요.

 2010년은, 뭐 삶에서 어느 해가 그렇지 않았겠냐마는 제게 큰 변화의 시기입니다. 직장이란 것을 갖게 되었으니까요. 아직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할 마음가짐에 따르면 저는 이균재라는 회사의 클라이언트가 지금 일하는 직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인, 또는 회사원이라는 용어로 이균재란 사람을 수식하기는 싫습니다. 그런데 이런 당당한 자부심을 갖기에는 아직 제가 너무도 미숙하고, 서툴러서 클라이언트인 회사에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괜히 회사 돈만 축내는 것 같고,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한 달에 한 주도 제대로 여유를 갖지 못하는 빡빡한 일정에 방향성을 상실하는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하기도 하고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연찮게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중에 회사를 '학교'라고 부르는 걸 보면 여전히 무언가 "배우고 있다" 또는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이 배어나온다는 점입니다.

 이 모든 고민을 뒤덮는 가장 큰 하나의 역경은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주말에 제대로 제 시간을 갖지 못하다 보니 자연히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가장 중요한 관계를 잃어가고 있지요. 이것은 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에서도, 대화에서도 느껴집니다. 이 문제를 극복하는 것은 어찌보면 제 20대의 가장 큰 과제요, 이균재라는 사람이 남자가, 어른이 되느냐 아니면 여전히 소년으로 머무르냐를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삶이라는 건 배울 게 무궁무진하게 많고, 나이가 먹어갈수록 더 미혹해진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해결해야 할, 극복해야할 과제도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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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yoon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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