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12/18 [MC] Camino Day 2
My Camino2009/12/18 21:51

로모로 찍은 역 앞 거


제가 가지고 갔던 카메라는 필름 카메라 로모와 소니 똑딱이였습니다. 주로 로모로 찍었는데 초반에는 ASA가 잘못 맞춰진지도 모르고 막 찍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이 이렇습니다. 바욘 역 앞의 횡단보도였는데 새벽 즈음이라 사람이 없었습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프랑스 시골 도시의 정취에 한껏 취해서 앞으로 만나게 될 엄청나게 아름답고 숨막힐 듯한 광경들은 알지도 못한 채로 셔터를 눌러댔죠. 까미노에서 만나는 정경들은 대부분 사진에, 마음 속에 담아가고 싶었으니까요. 

두어 시간 기다리다 생장피드포르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떠납니다. 몇 시간 머무르지 않았지만, 다이어리에 그 느낌을 적어놓은 게 있습니다. 

"아름다운 도시. 이 낯설음이 다 가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경한 느낌이 금방 사라져 버리는 게 아쉽다."

생장피드포르, 순례자 여권 받으러 가는 길.


시차 때문에 잠도 안 오고. 기차 속에서 몇 시간 있다 보니 까미노 프랑스길의 출발 점 '생장피드포르'에 도착했습니다. 순례자 여권을 발급 받는 사무실을 찾느라 헤매는데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사진 속 왼쪽에 있는 친구는 저와 산티아고에 같은 날에 도착해서 이름도 잘 몰랐지만 반갑게 인사했던 기억이 나네요. 중간 중간에도 절 알아봐주고 인사를 했고요. 






생장피드포르는 그야말로 중세의 느낌이 물씬 나는 도시입니다. 어쩌면 하나 하나 이렇게 예쁜지 지금 봐도 다시 가고 싶습니다. 관광도시답게 관광객이 많았습니다. 까미노의 출발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택하기도 하고, 또는 집이나 다른 곳에서부터 이미 시작한 순례자들이 거쳐가는 곳이라서 북적북적 거립니다.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순례자 여권을 발급 받고, 알베르게(숙소)를 잡고, 마을을 한 바퀴 둘러봤습니다. 서울에서 파리를 거쳐 이 시골마을까지. 짧은 시간 안에 이동만 거듭한 상태라서 긴장이 풀려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있겠어요. 다음 날 새벽이면 또 일어나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야 했습니다. 바욘 역에서 만났던 은정 누나와 마을도 둘러보고, 순례자 박물관(정말 볼 게 없었던)도 다녀오고, 먹을 것도 같이 산 다음에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잘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했던 까미노 첫 날 밤은 그렇게 여전히 어리숙한 모양새를 버릴 수 없었어요. 


사진들은 알베르게에서 바라 본 마을정경입니다. 꼭 그림 속 한 장면 같죠. 까미노로 떠나기 전에 보테로 전시회를 봤는데 꼭 그의 그림에서 봤던 장면 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을에 있던 과일 가게입니다. 막 사고 싶게 만드는 디스플레이였습니다. 그러나, 초반에는 돈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 무조건 아껴야겠단 마음뿐이었습니다. 왜그랬을까. 그냥 팍팍 쓸 걸.


거의 여덟시가 된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해가 잘 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날씨는 무척 선선했고, 그래서 발코니 밖으로 나가면 간이 의자를 가져다 놓고 책을 보던 친구, 졸업해야 한다며 논문을 읽던 친구, 저 같이 잡생각을 하며 우두커니 앉아 있던 사람들이 뒤섞여 저녁을 음미했습니다. 그리고는 잠에 들었습니다. 거의 못 잤습니다. 잠이 와야 자죠ㅋ.

"지금 한국 시간은 거의 한 시. 여기는 갓 여섯시가 되었다. 그런데도 몹시 피곤하게 느껴진다. 파리를 거쳐 오스테를리츠를 지나 바욘으로, 그리고 이곳 생장까지 왔다. 무척 먼 거리를 온 것 같다. 불과 이틀 사이에 아주 먼 거리를 왔다."

이렇게 일기가 남아있습니다. 돌이켜 그때의 느낌을 떠올려보면 아직 긴장이 바짝 들어있던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홀로 떠나온만큼 긴장이 바짝 들어있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kyoonj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