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1/07/12 [DT] 묘미 (2)
  2. 2010/10/20 [Camino] Day 3 피레네 산맥을 넘어, (St Jean Pied Port - Roncesvalles, 27.1km) (2)
  3. 2010/09/20 [Camino] 시작 즈음
  4. 2010/03/22 [DT] A letter from Italy
  5. 2009/12/18 [MC] Camino Day 2
Daily Thoughts2011/07/12 23:23
앞으로 몇 번의 여름을 더 맞을 수 있을까? 금요일을 제외한 저녁에 이렇게 일찍 집에 온 건 오랜 만이다. 맥주를 한 캔 사다 마셔야겠단 생각에 편의점을 가다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비가 오든, 햇볕이 쨍쨍한 더운 여름이든 앞으로 몇 번이나 여름을 더 만날 수 있을까. 인생이 한 번 뿐이라는 생각은 정신이 바짝 들게 만든다.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그래서 앞으로 몇 번 더 여름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다. 비가 지리하게 와서 습기로 가득 찬 여름이든, 덥든 어쨌든. 이번 여름도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으니까. 2년 전에 내가 겪었던 여름은 스물 여덟번째 만나는 여름 중에 가장 인상 깊었다. 그 여름 나는 스페인의 땡볕을 걷고 있었다. 수은주는 42도를 넘나들었고, 한 낮에 걸으면 몇 시간만 무방비로 걸어도 어김 없이 귓바퀴까지 태우는 뜨거운 여름이었다. 종교도 없는 내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스페인의 순례자 길을 걷고 있었으니 맥락부터가 의외인 거였다. 지금 한국의 여름은 그때와 많이 다르지만 느낌이 비슷하다. 지난 주 금요일, 정신 없이 한 주를 보내고 맥주를 한 잔 들이킨 순간 훅 하고 그때 길 위에서의 느낌이 났다. 여덟시간, 30km 정도를 걷고 난 뒤에 앉아서 휴식할 때의 느낌. 왠지 비슷했다. 850km의 길을 걸으며 내가 내게 썼던 편지에는 인생도 그 때의 까미노와 같을 거라는 글귀가 있다. 길은 끝나는 게 아니라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까미노에서처럼 앞으로 걷게 될 길도 전진하자. 뭐 이런 얘기였다. 비로소 길이 다시 이어진 느낌이다. 그 길 위에서의 공기와 감정과 느낌이 되살아 났다면 이제서야 길이 이어진 것이다. 두려움 없이 전진하는 것도 내가 그 길 위에서 가져온 교훈이었다. 새로운 것을 만나는 길에서 어찌 두렵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어진 이 길 위에서 그때 배운 교훈대로 두려움 없이 계속 전진, 전진해야한다. 그게 인생의 묘미다. 아직 많이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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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yoonjae
My Camino2010/10/20 13:53


까미노에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났습니다. 다른 순례자들이눈을 일찍 뜨기 때문에 늦잠을 자기 힘듭니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지죠. 물론, 전날에 30km 이상을 걸었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요^^; 까미노 첫 날을 앞두고 잠을 거의 못 잔채로 몸을 일으켰습니다. 여섯 시 조금 넘어서 출발한 것 같아요. 아침 길은 아직 한산했습니다.


마을을 벗어나면 본격적으로 등산이 시작됩니다. 피레네 산맥이라고 해서 너무 겁 먹을 건 없는 듯해요. 조금 가파르고 하루종일 산행을 해야 하긴 하지만 그리 험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새벽의 안개도 곧 걷혔죠. 


저 멀리 보이는 마을이 '생 장 피드포르'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겨우 초입이라는 거. 


이런 언덕길이 계속 지속됩니다. 배낭 무게에 어깨가 무척 아팠죠. 일주일이 지나니 가방이 무거운 줄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나, 처음 일주일간은 가방때문에 어깨가 아파서 고생 합니다. 배낭을 땅바닥에 내려놔도 어깨에 가방이 있는 듯한 느낌이...ㅋ 초반에는 배낭끈을 다시 고쳐매느라 여러번 멈춰섰습니다. 

참. 제가 올리는 사진은 세 종류의 카메라로 찍은 것입니다. 지금 보이는 언덕 사진은 이태리 친구 안드레아가 DSLR로 찍은 것입니다. 나중에 DVD에 구워서 보내줬어요. 나머지 둘은 제 똑딱이 디카와 로모로 찍은 겁니다. 화질이 제일 안 좋지만 색감이 예쁜 게 로모, 그보다 선명한 게 똑딱이, 가장 선명한 게 안드레아가 찍은 거라 보시면 되겠네요.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 펼쳐집니다. 중간중간 멈춰서서 계속 셔터를 눌렀는데 이게 그다지 의미 없는 일이라는 걸 나중에 뼈저리게 느끼게 되죠. 매일 매일 아름다운 장소를 만나거든요. 눈이 시리도록 보게 됩니다. 




중간에 오르다 보면 이 '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 정확히 누구의 상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마리아 상인가요?) 한참 오르다 보면 많은 여행자들이 쉬고 있는 곳이라서 저도 앉아서 잠깐 쉬었습니다. 다만 근처에 염소와 말들이 싸 놓은 '똥'들이 너무 많아서 폴짝 폴짝 뛰어서 피하느라 힘겨웠죠. 무거운 배낭을 매고 뛰기란... 


바로 옆에서 동물들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노란 화살표를 따라서 계속 걷고 걷습니다. 첫 날이라 마음을 단단히 먹어서 그런지 힘들다는 느낌이 많이 들지는 않았어요. 


올라가는 길보다는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한참을 내려가면 론세스바예스가 나옵니다. 


거의 다 도착했다는 걸 알 때엔 정말 기뻤습니다. ㅜㅜ 도착해서 스템프를 받고, 공립 알베르게로 이동했습니다. 알베르게 입장 하기 전에 자원봉사자(호스피탈레로)들이 이용 룰을 설명해주더군요. 이때 나중에 함께 걷게 될 루스(Ruth)를 비롯한 여러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먼저 친절하게 말을 걸어와서 잠깐 얘기를 나눴지요.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샤워하는 일, 그 다음이 빨래입니다. 빨래를 열심히 해서 이렇게 밖에다 걸어놓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빨래가 날아갈 수 있으니 빨래집게가 있어야 합니다. 


왼쪽이 이태리 친구 안드레아, 오른쪽이 아일랜드 친구 브라이언입니다. 첫 날 같이 출발한 친구들은 이동 패턴이 비슷해서 계속 만나게 됩니다. 까미노를 걷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걸 보면 같은 날에 출발하는 것도 큰 인연이죠. 브라이언은 중간에 헤어졌다가 여행의 마지막에 만나게 됩니다. 걷는 도중에 다른 친구들과 함께 브라이언 찾기 놀이도 했다는...

저녁은 순례자메뉴(Pilgrims Menu)로 먹고 아주 짧게 다이어리를 썼습니다. 그리고 배낭 속에 있는 쓸모 없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을 버렸죠. 지하에 순례자들이 놓고갈 물건을 놓는 곳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누구나 필요한 걸 가지고 갈 수 있게 해놓은 일종의 자율 물물교환 시스템이었습니다. 저도 여러가지를 버렸는데, 나중에 크게 후회되었던 것이 반짇고리였습니다... 

지하에 있다가 한국 동생 '연지'도 만나게 됩니다. 연지는 나중에 한국에서도 만날만큼 지금까지 연락하는 인연이 되었는데요, 삼일간 더 같이 걸으며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삶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 친구라 함께 걷고 대화하기에 참 좋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아홉시 정도에 잠을 청했던 것 같습니다. 역시 잠은 잘 오지가 않았지요. 몸은 피곤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피곤에 절어 코를 골았거든요. (저도 골았을지도...ㅎ)

Day 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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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yoonjae
My Camino2010/09/20 19:21

산티아고 여행의 시작 즈음. 둘째 날 40km를 걷고 나서. 
안드레아, 클라우스, 나, 루스, 브라이언, 이름이 기억 안나는 이태리 꽃미남, 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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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yoonjae
Daily Thoughts2010/03/22 23:29




까미노에서 그와 함께 걸었던 대략 20일의 시간은 참 행복했다. 그는 내게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줬다. 좋은 치즈를 고르는 법, 신선한 야채를 고르는 법도 알려줬다. 술을 마시는 방법도, 샹그리아를 만드는 방법도. 그리고 맘 편하게 노는 법도 알려줬다. 두살 많은 형이면서 스승 같았던 안드레아는 나와 감성의 다리를 놓고 교감했던 몇 안되는 친구다. 
편지를 보내왔다. 정확히 말하면 이메일로 스캔한 사진을 보내왔다. 글씨를 알아보긴 좀 힘들지만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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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yoonjae
My Camino2009/12/18 21:51

로모로 찍은 역 앞 거


제가 가지고 갔던 카메라는 필름 카메라 로모와 소니 똑딱이였습니다. 주로 로모로 찍었는데 초반에는 ASA가 잘못 맞춰진지도 모르고 막 찍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이 이렇습니다. 바욘 역 앞의 횡단보도였는데 새벽 즈음이라 사람이 없었습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프랑스 시골 도시의 정취에 한껏 취해서 앞으로 만나게 될 엄청나게 아름답고 숨막힐 듯한 광경들은 알지도 못한 채로 셔터를 눌러댔죠. 까미노에서 만나는 정경들은 대부분 사진에, 마음 속에 담아가고 싶었으니까요. 

두어 시간 기다리다 생장피드포르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떠납니다. 몇 시간 머무르지 않았지만, 다이어리에 그 느낌을 적어놓은 게 있습니다. 

"아름다운 도시. 이 낯설음이 다 가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경한 느낌이 금방 사라져 버리는 게 아쉽다."

생장피드포르, 순례자 여권 받으러 가는 길.


시차 때문에 잠도 안 오고. 기차 속에서 몇 시간 있다 보니 까미노 프랑스길의 출발 점 '생장피드포르'에 도착했습니다. 순례자 여권을 발급 받는 사무실을 찾느라 헤매는데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사진 속 왼쪽에 있는 친구는 저와 산티아고에 같은 날에 도착해서 이름도 잘 몰랐지만 반갑게 인사했던 기억이 나네요. 중간 중간에도 절 알아봐주고 인사를 했고요. 






생장피드포르는 그야말로 중세의 느낌이 물씬 나는 도시입니다. 어쩌면 하나 하나 이렇게 예쁜지 지금 봐도 다시 가고 싶습니다. 관광도시답게 관광객이 많았습니다. 까미노의 출발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택하기도 하고, 또는 집이나 다른 곳에서부터 이미 시작한 순례자들이 거쳐가는 곳이라서 북적북적 거립니다.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순례자 여권을 발급 받고, 알베르게(숙소)를 잡고, 마을을 한 바퀴 둘러봤습니다. 서울에서 파리를 거쳐 이 시골마을까지. 짧은 시간 안에 이동만 거듭한 상태라서 긴장이 풀려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있겠어요. 다음 날 새벽이면 또 일어나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야 했습니다. 바욘 역에서 만났던 은정 누나와 마을도 둘러보고, 순례자 박물관(정말 볼 게 없었던)도 다녀오고, 먹을 것도 같이 산 다음에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잘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했던 까미노 첫 날 밤은 그렇게 여전히 어리숙한 모양새를 버릴 수 없었어요. 


사진들은 알베르게에서 바라 본 마을정경입니다. 꼭 그림 속 한 장면 같죠. 까미노로 떠나기 전에 보테로 전시회를 봤는데 꼭 그의 그림에서 봤던 장면 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을에 있던 과일 가게입니다. 막 사고 싶게 만드는 디스플레이였습니다. 그러나, 초반에는 돈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 무조건 아껴야겠단 마음뿐이었습니다. 왜그랬을까. 그냥 팍팍 쓸 걸.


거의 여덟시가 된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해가 잘 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날씨는 무척 선선했고, 그래서 발코니 밖으로 나가면 간이 의자를 가져다 놓고 책을 보던 친구, 졸업해야 한다며 논문을 읽던 친구, 저 같이 잡생각을 하며 우두커니 앉아 있던 사람들이 뒤섞여 저녁을 음미했습니다. 그리고는 잠에 들었습니다. 거의 못 잤습니다. 잠이 와야 자죠ㅋ.

"지금 한국 시간은 거의 한 시. 여기는 갓 여섯시가 되었다. 그런데도 몹시 피곤하게 느껴진다. 파리를 거쳐 오스테를리츠를 지나 바욘으로, 그리고 이곳 생장까지 왔다. 무척 먼 거리를 온 것 같다. 불과 이틀 사이에 아주 먼 거리를 왔다."

이렇게 일기가 남아있습니다. 돌이켜 그때의 느낌을 떠올려보면 아직 긴장이 바짝 들어있던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홀로 떠나온만큼 긴장이 바짝 들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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