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2009/09/15 23:28
까미노에서 돌아온지 정확히 2주가 되었다. 아직도 까미노의 기억이 은은하게 남아 계속 나를 감싸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 좋은 느낌이 가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몽환적인, 환상적인 과거의 기억에 빠져 있는 게 아니라 그 길에서 얻은 에너지가 나를 북돋아 주는 느낌이다.

길에서 가장 오랫동안 함께했던 이태리 친구 안드레아. 그림자는 나.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여름방학이 다가오기 전, 지원했던 서머인턴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까미노를 가겠다고 막연하게 마음먹고 있었다. 하필 왜 까미노였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저런 책을 읽기도 했고, 신문지상에서 기사를 읽기도 했다. 만나게 될 인연은 언제가는 만난다는 말처럼 까미노와 나도 언젠간 만날 사이였을까. 그 무렵 주면 친구들에게도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이번 여름에 인턴이 안되면 여행갈거야. 스페인에 순례자길이라고 있는데 거기 갈 생각이야."

까미노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필 왜 이렇게 말했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 마음 속에는 스스로가 여전히 나약하고 두려움이 많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대학 시절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고, 더 많은 고난을 겪어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군대 입대 전 한 달간 혼자 떠났던 동남아 여행 외에 유럽 대륙으로의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아직 한없이 여리고 나약하다고 여겨지는 내 자아에 조금 더 큰 충격을 주고 싶었다. 좀 더 단단한 나를 만들고 싶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결과적으로 서머인턴은 다 잘 되지 않았고, 설마하던 내 생각은 현실이 되었다. 고향에 내려가서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다. 약간은 시큰둥하고 걱정하시는 아버지와는 달리 어머니께서는 내 생각에 든든한 우군이 되어주셨다. 놀라운 이야기도 들었다. 약 2년간 영어공부를 하신 이유가 혼자 여행을 하고 싶어서였는데 그 목적지가 까미노였단 이야기. 결국 어머니의 특명을 받고 허락을 얻었다. 특명은 까미노에 먼저 가서 나중에 어머니께서 가실 때 도움을 드리는 것이었다. 허락해 주신 부모님께 큰 감사를 드리고 서울로 올라와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바삐 준비를 했다.

떠날 날은 금방 다가왔다. 7월 23일 새벽, 동경했던 길은 어느새 현실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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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yoonj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