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한창 진로에 관심이 많을 때 저는 IB에도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친구의 소개로 미국의 투자은행인 M사에 입사한 분을 소개받을 수 있었습니다.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에 있는 식당에서 만났습니다. 흥국생명 빌딩에는 M사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도 있지요.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고 하셔서 시간을 딱 맞춰서 갔습니다. 식사를 함께 하며 궁금했던 많은 것을 여쭤 보았습니다. 정말 친한 친구의 친한 선배라서 그런지 제게도 편하게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주로 어떤 능력을 갖춰야 IB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인지 여쭤봤던 것 같습니다.
그때 무척 인상깊게 들었던 것이 업무강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새벽이 조금 넘어서 퇴근하는 일과가 한 달 내내 지속된다고 했습니다. 한 달에는 하루 쉬는데 하루 쉬는 것도 일요일 오전 중에 잠깐 쉰다고 하더군요. 식사하는 도중에도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대화가 한참 동안 끊어졌습니다. 그날 집에 도착해서 밤 열두 시가 넘은 시간에 메일을 드렸더니 바로 답을 주시더라고요. 자정이 넘어서 퇴근하는 게 말 그대로 사실이었던 겁니다. 확실히 돈을 많이 주긴 하지만 그만큼 업무강도가 센 곳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여튼 투자은행에 대한 느낌은 그 만남으로 남아있습니다. 덧붙이자면, 그분에 대한 이미지는 정말 좋았습니다. 깔끔하고, 명석해 보이는 외모.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을 나타내시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떠오릅니다. 지난 일요일인가요. SBS스페셜 '인재전쟁'에서 마지막 즈음에 나온 말입니다. 어느 CEO가 말하더군요. "네 마음을 따라가라. 친구들이 은행에서 일한다고 똑같이 하려하지 마라."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과 비슷합니다. 은행이 돈을 많이 주긴 줍니다. 주위에서 선배들이 취업하는 것을 보면 대졸 초임은 대개 은행 쪽이 제일 많은 것 같습니다. 군대에서 제 룸메이트로 거의 2년을 같이 살았던 친구가 최근에 국책은행에 입사했습니다. 역대 최연소입사라는데 연봉이 5천만 원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노력한 대가를 받는 것이긴 합니다만, 웬만한 대기업 연봉은 명함도 못 내밀만큼 많은 액수에 내심 놀랐습니다.
제 ex-룸메이트이자 가족같이 친한 그 친구는 자신의 적성과 딱 맞는 은행을 간 것이라 참 보기가 좋습니다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가령, 이 책 [월스트리트 게임의 법칙]에서 나오는 두 명은 순전히 돈을 보고 투자은행에 입사한 것입니다. 이 책은 이렇게 화려해 보이는 투자은행에 많은 보수를 받고 휘황찬란한 삶을 누리기 위해 입사한 두 명의 뱅커가 어떤 깨달음을 얻는지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돈이 전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삶의 질이다.'라는 것이 핵심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곁가지로 얻을 수 있는 좋은 정보는 투자은행이 뭘 하는 곳인지, 그들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등에 대한 것입니다.
이 책은 무척 재밌습니다. 워낙 톡톡 튀는 문체로 써놔서 술술 읽힙니다. 투자은행의 숨겨진 생리에 대해서 궁금했기 때문에 더욱 쉽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이라면 대부분 IB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을까요. 특히 경영학과 학생이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한번 쯤은 컨설팅에, 한번은 투자은행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투자은행에 대해서 막연한 환상을 갖고 계신 분들은 읽어보시면 꽤 흥미로울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골드만삭스 같은 투자은행에 일하는 선배를 직접 만나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일 텐데요.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니까요. 이 책은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역할을 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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