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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늘 궁금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아닌 타인으로서 아버지를 마주하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 아버지의 젊었을 때 꿈부터 도예가로서의 삶까지 알고 싶었다. 서점을 그만두고 도예가의 길을 걷고 있는 내 아버지. 오랜만에 내려간 부모님의 작업장인 만가은(아름다움이 가득히 숨어있는 곳)에서 아버지와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 Q) 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서점을 하셨잖아요. 중간에 그만두긴 하셨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정말 그때는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었죠. 그런데 어쩌다가 서점을 하게 되신 건가요? 그게 아버지 젊을 때의 꿈이었어요? A) 사실 젊었을 때는 글을 쓰고 싶었어. 그렇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지. 지금은 돌아가신 네 할아버지께서도 싫어하셨고. 너도 요즘 네 직업선택에 고민이 많을 거다. 그 당시의 환경과 주변 사람들이 참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내가 서점을 하겠다고 생각했을 때 주변에 서점관련 일을 하는 친구도 있었고, 친구의 삼촌이 서점을 하고 계셨거든. 그래서 자연스레 서점을 하고 싶단 생각도 하게 된 것 같다. Q) 저도 요즘 주변환경이 중요하단 생각을 참 많이 해요. 그럼 서점은 왜 그만두셨어요? 제가 중학교 2학년때던가. 지금 생각해보면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A) 지금이야 왜 큰 서점들이 많잖니. 그런데 그때만 해도 그렇게 큰 서점이 들어설 만큼 큰 건물도 없었어. 사실 너도 몰랐겠지만 그때 크게 확장을 하려고 했었지. 자리를 보러 다녀도 마땅한 곳이 없길래 장고 끝에 서점을 그만두겠다고 생각한 거야. 그때는 정말 아쉬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일이고, 잘 된 일이야. ![]() Q) 어쨌든 아버지가 서점을 하신 건 제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저는 정말 좋았죠. 진짜 책을 맘껏 읽었으니. 아버지께서 하신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다”란 말이 맞아요. 그러면요, 도자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거에요? A) 나도 책을 참 많이 읽었지 않냐? 그렇죠. 아빠도 언제나 책을 손에 들고 계셨죠. 난 예술에 관심이 많았어. 음악하고 미술관련 책을 꾸준히 읽었어. 왜 네 누나도 미술 전공하지 않았냐. 다 그게 내 피를 물려받은 거야. 특히 도자기에 관심이 많았다. ![]() Q) 저야 어떤 책을 읽으시는지는 잘 몰랐으니까요. 그랬군요. 저도 집에 미술관련 책이 참 많아서 좋았어요. 그래서 저도 미술에 관심이 많고요. 지금은 원하시던 도예가가 되셨잖아요. 전업 작가로서 직업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엄마로부터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아빠가 많이 외로워하신 다던데. A) 배가 부르면 창작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이건 말이다. 본질적으로 외로운 거야. 외로움과 정말 가까운 거지. 특히 요즘같이 추워지면 작업실에서 차가운 흙과 마주해야 하지 않냐. 너도 새로운 걸 만들어낼 때 느껴봤겠지만, 정말 고통스러운 작업이거든. 하지만 그만큼 성취감과 쾌감이 있으니 이게 또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거지. Q) 그럼 향후 도예가로서 걷고 싶으신 길은 어떤 건가요? 요즘 새로 나온 책 중에도 인생은 50부터다 뭐 이런 것도 있고요. 저는 아버지께서 100살까지는 무리 없이 사실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아버지는 앞으로 50년이란 시간이 있는 거죠. 기대돼요. 아버지가 어떻게 하실지. A) 글쎄다. 지금 작품 값을 높게 받는 예술가들도 그 당시에는 참 힘들었어. 요즘이야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니까 새로운 시도도 인정받기 쉽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어. 반 고흐 봐라, 그거 작품 한 점 판 게 전부잖아 살아생전에. 나도 욕심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작품을 만드는 거야. 그래서 도예가 이강식이라는 이름을 남기는 거지. Q) 음, 기대됩니다. 아버지. 그럼 이제부터는 좀 인터뷰거리가 될 만한 질문을 해볼게요. 아버지 삶에서 중요한 가치는 뭔가요? 도예가에게 중요한 가치도 좋고요. 사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아버지에게 아들이 이런 거 묻기 쉽지 않아요. 그러니까 궁금합니다. A) 사실 내가 이런 거 물어볼 줄 알고 정리를 좀 해놨지.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게 자유로움이야. 틀에 얽매이지 말란 거지. 사회에서 정해 놓는 규격에 맞춰서 생각하지 말고 벗어나서 생각해. 또 과거에 얽매일 필요도 없어.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제풀에 기가 꺾여서 시도조차 못 하지도 말고. 현재의 삶을 중요하게 여겨야 해. 자유롭다 함은, 틀에서 벗어나는 것, 현재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말하는 거다. ![]() Q) 아. 여담이지만 저는 아버지께서 제가 제대한 후에 “네 인생이니까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라.”라고 말씀해 주셨을 때 정말 감사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맘껏 꿈꿀 수 있는 것 같고요. 다음은 뭔가요? A) 다음으로는 가벼움을 말하고 싶다. 이건 물리적, 정신적인 걸 다 말하는 거야. 물리적으로는 몸을 가볍게 하는 거다. 소식하는 거. 정신적으로는 마음을 비우는 거야. 사람이 제일 경계 해야 할 것이 교만해지고, 거만해지는 건데 마음을 가볍게 함으로써 이를 경계할 수 있어. 균재 너도 겸손해져라. 더 겸손해지고, 네 주변에 있는 모두를 스승으로 여겨라. 마지막으로는 혼자 있는 법을 아는 고독이야. 나는 모든 사람이 혼자 있는 외로움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요즘 사람들을 보면 다들 떼로 몰려다니면서 울타리를 만들고 안정을 찾으려 하는데, 나는 그거 좋게 안 봐.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진짜 그 사람이 나오는 거야. 요즘 사람들은 혼자 몇 시간 있는 것도 못 버티지. 핸드폰을 늘 만지작거리면서. 정말 삶을 예술로 살려면 홀로 있는 법을 체득해야 해. 아마 너는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 거다. Q) 네, 알 것 같아요. 무슨 말씀 하시는지. 그럼 이제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제게, 혹은 대학생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A) 먼저 친구를 사귀는 일에 대해 말 하마. 너도 누군가에게는 친구가 될 테니 잘 들어라. 우유부단해서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친구, 사고가 닫혀 있어서 극단적인 친구는 경계해라. 자신의 생각을 말로 바로 표현할 수 있는 명백한 사람이 좋다. 그리고 부지런해라. 언제나 미리미리 준비해라. 너도 시간약속을 참 잘 못 지키던데 그거 문제다. 멀리 보자면 요즘 같은 불확실한 시대에 부지런하지 못하고 시간을 잘 못 지키는 건 큰 단점일 수 있어. 마지막으로는 해마다 한 가지씩은 새로운 문화와 일에 도전해봐라. 음악이건 미술이건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건 정말 필요하다. 아마 내가 내 일만 계속 했으면 결코 도예라는 분야를 알 수 없었을 거야. 과감하게 네 주위에 있는 금 밖으로 나가. 그래서 새로운 걸 찾아라. 원래 우리 삶이란 게 예측할 수 없는 건데 우리는 너무 정해진 대로만 살려고 해. 그러니까 예측할 수 없게 살아라. 틀에 박힌 일상 속에서만 살지 말고. 내가 살다 보니 그런 금쯤은 넘어도 괜찮더라고.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겁이 많아. ![]() 아버지 말씀이 참 좋네요.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아요. 이렇게 용기를 주시니 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전화 좀 자주 해라.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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