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사회적기업 사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140개팀 중에서 8팀 안에 들었고, 오늘 천안에 있는 호서대학교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처음 하는 외부 경쟁 프레젠테이션이어서 나름 기대도 했고, 설레였고, 좋았습니다.
저는 앞에 나가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즐겁습니다.
결과는 꽝입니다.
그냥 우수상입니다. 여덟팀 안에 든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상금은 오십만원입니다.
이 돈은 모두 제가 일하는 벤처기업인 유니멘토에 투자(귀속)됩니다.
말이 말 같지 않다는 말이 있지요. 돈이 돈 같지 않습니다.
오십만원이라는 돈도, 우수상도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 경진대회는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다른 사회적기업 대회에 공모하려고 준비했던 자료를 그냥
'이름만 바꿔서' 제출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이 대회를 위해 준비한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지원서에 신상정보좀 적고, 사업계획서에 있던 대회 이름을 바꾼 것 밖에 없었지요.
그러다 이틀 전 연락을 받았습니다. 최종 8팀 안에 선정되었으니, 하루 만에 PPT를 제작해서 제출하라고요.
몇 시간이나 투자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빡빡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여유를 내기가 힘들었을까요.
아무튼 나름 한다고는 했습니다만, 시간에 쫓겨서 제출한 슬라이드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하여, 오늘 발표하러 가기전까지 열차 속에서 수정을 거듭했습니다.
발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계획한 내용을 다 말했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나름 청중, 심사위원과
호흡을 같이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사위원 중 한 분의 시선이 꽤 불편했다는 것만 빼면요.
발표가 끝난 후, 저는 1등할 줄 알았습니다. 우리가 하려는 아이디어의 논리성,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너무도 달랐습니다. 저는 1등도 아니었고, 2등도 아니었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대체 어떤 기준으로 순위를 결정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오만했습니다. 건방졌습니다. 제 스스로에 대해 냉엄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우수상을 수상하며, 오십만원이 적힌 판넬을 들고 사진기를 바라볼 때 웃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예상했던 상금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러면 안되는거였습니다.
유니멘토를 위한 사업자금이 필요했습니다. 중소기업청 우수아이템 선정자금인 사백만원도 거의 동이 나 갑니다.
경준대표가 받은 장학금 사백만원도 바닥났습니다. 어렵게 구한 중랑구청벤처지원센터 사무실에 이제 들어온지
한달 되어갑니다. 여차하면 사업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기업의 영속성은 단발성 도전으로 끝날 지경이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같이 갔던 경준형과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저희는 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일은 노력한만큼 그 결과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요행을 바래서는 안됩니다.
정말, 노력한 만큼만 돌려받는 것입니다. 그게 진리입니다. 우리는 요행을 바랬습니다.
버스에서 기차로 갈아타고 서울로 돌아오며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고, 모든 것이 노력한 만큼 돌아온다고요. 탐욕에 눈이 멀어 이 간단하고도 숭고한 진리를 잊고 있었습니다. 오만 방자한 제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1등과 2등을 한 팀들의 아이디어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들이 우리보다 노력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저희가 한 것처럼 이름만 바꿔서 그대로 제출하지는 않았을테니까요. 운에 맡기며 아무데나 그물을 던져 낚시를 하는 마음이 아닌 이 한 마리를 꼭 잡아야 겠다는 절박한 마음이었어야 했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오늘 일은 제게 큰 교훈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부족함을 다시 일깨워 줬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노력 없이 요행을 바라는 행동의 무서움을 말입니다.
상을 받고도 아무런 느낌이 없는 오늘 밤, 2008년 11월 7일은 이균재란 사람이 더욱 자라나는 계기가 되는 날입니다. 감자탕에 잘 마시지도 않는 소주를 하고서, 오늘의 소중한 교훈을 남깁니다. 저는 언제나 부족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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